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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7-18

시대는 흘러 가부장적 사회에서 양성평등 사회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지만, 우리사회 구석구석 가부장적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농촌사회는 도시에 비해 이같은 문화가 더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지난 71일부터 77일까지는 매년 양성평등주간으로 정해 인식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지난 613일 발행한 이슈보고서를 통해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제271호 이슈보고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사업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613일 내놨다.

 

이 보고서에서는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으로 보고 있는 인식의 변화, 특히 여성농민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이 집안일에 쓰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5, 남성은 42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집안일을 4.4배 많이 한다. 아직도 가부장적 사고가 뿌리 깊은 농촌사회에서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일이다. 여성농민은 밭이나 하우스에서 남성농민과 똑같이 역할을 나누어 농업생산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하지만 영농활동을 하다가도 집으로 와서 밥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도맡아서 해야 한다. 일상속에서 가사활동은 너무나 당연시하게 여성의 일로 인식되어 버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인식은 과도한 노동부담으로 경제활동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가사와 육아 문제로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여성농민도 농업에서 당당한 생산자의 한 명으로써 인정받고 농업생산 활동의 중요한 한 축으로 평가받는데도 불구하고, 성불평등의 역할분담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여성에게 당연하게 요구되는 이중, 삼중의 노동은 여성농민 혼자서만 풀어나갈 수 없는 우리 사회속에서 인식변화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우리의 문제라고 제시했다.

 

녀름은 이를 풀어가는 하나의 숙제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을 제안하고 있다.

 

언뜻보면, 기존 농촌 마을내에서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마을급식을 하고 있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마을의 여성농민들이 역할을 맡아 마을급식을 하고 있어 또 하나의 노동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와는 별개로 농번기시기에 여성농민을 포함한 마을의 누구나 공동급식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사업은 20~30인 정도의 급식이 가능한, 급식시설이 갖추어진 곳이어야 하는데, 마을에서 급식시설이 갖추어진 곳은 대부분 마을회관(경로당)이다. 농촌의 마을회관은 대부분 경로당을 겸하고 있어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회관에서 보내시는 고령농은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해결하시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당 지원사업은 양곡비 등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은 경로당 공동급식사업과는 그 목적이나 사업취지가 다르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상 마을회관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관련 사업들이 이루어지다 보니 두 사업은 구분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농민은 공동급식장소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젊은 여성농민과 외부일꾼들도 마을주민과 함께 농번기 공동급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농민이 농번기의 과도한 노동에서 잠시라도 해방될 수 있고 마을주민들과 어려움없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논밭일을 하다가도 식사 시간이 되면 여성농민도 마을공동급식소에서 편하게 식사하고 쉴 수 있도록 마을주민 모두가 이 사업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러한 급식환경으로 인한 함께하는 한끼의 식사는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율은 면단위로 갈수록 더욱 높아지고 홀로 살아가시는 독거노인 비율도 높다. 농촌의 독거노인 가구는 2015428천호로 도시지역에 비해 2배나 높지만 교통, 의료 등 삶의 질 측면에서 도시와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농번기가 되면 독거노인들은 더욱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함께 식사할 사람도,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는 적막한 시간을 홀로 보내며 찬밥에 김치가 전부인 밥상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홀로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에게 대화할 상대도 없는 식사시간은 외롭고 쓸쓸하다. 밥은 가족과 이웃과 함께 먹으면 더 맛이 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더운 밥을 먹는다는 것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된다.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은 여성농민의 가사노동 경감과 함께 독거노인의 영양섭취 부족 문제 해소, 마을돌봄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녀름은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사업을 제안하면서, 농번기 여성농민에게 딱 맞는 정책, 여성농민이 중심이 되는 정책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장의 홍보성 보여주기식 사업, 빚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몇 가지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 인건비와 부식비를 현실화하고 급식기간을 늘리고 마을의 영농환경에 맞게 기간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농사일로 바쁜 여성농민의 손을 빌리지 않기 위해 사회적일자리와 연계해 급식전담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안전한 급식,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식단제공을 위해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인력이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는 마을단위로만 운영되고 있는 방식을 공동체 단위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영농조합법인, 마을공동체내에서 함께 영농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농번기 공동급식이 이루어지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농협(농업협동조합)의 역할도 필요하다. 농촌에서 인력, 자금, 시설 등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농협이고 농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곳이 바로 농협이다. 농협은 농민 조합원의 힘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농민을 위한 사업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철원농협에서 운영하는 못자리 공동취사장이 좋은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도 지자체 자체예산에서 나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공동급식 운영비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칸막이 행정을 없애 농촌마을에서 영농철 상시 급식체계가 갖추어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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