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5-12-01
애기야! 내일모레 종중 묘사다!
누가 따라갈래?
매년 시월 상달 셋째 주일(음력)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자손들
산지기가 마련한 절편이며, 어동육서(魚東肉西) 고루 갖춘
묘사 상차리기 보통 정성이 아닌데,
도회(都會)에서 반듯한 자리 앉은 후손
격(格)에 따라 봉투가 모인다
대대(代代)로 결혼지각생 조상님 탓에
항렬(行列)이 높아 종중(宗中) 모임에 가면
상석 중앙에 앉아 할배자리 모셔진다
그래! 오늘은 유세차 끝나고
내가 베껴 쓴 할머니 물레노래 한 곡조 함세!
예, 예! 우리 할배 회심곡도 좋심더
자~! 체면 없이 주책이제 다음엔 이런 일
절대 없을 테니 정성으로 들어주소!
동지섣달 긴긴밤 우리 할매 물레를 잣으며
귀뚜라미 추임새 장단에 맞춰 부르시던 은중경을 읽으리다
우리부모 날 낳으시러 명산대천(名山大川) 기도 할제
일월성신 풍문조화 서기운집(瑞氣雲集) 듬뿍 받아
부정모혈(父情母血) 엉기어서 이내 육신(肉身) 생겼도다
어머님의 포대(胞胎)에서 십 개월 만삭되어
울면서 나올 적에 황토 떠다 삽작 막고
금구 줄 부정 탈라 실타래 달랑달랑
미역 고추 신이 난다
좋은 가문(家門) 부모 만나 축복(祝福)받아 탄생한 몸
십승지지(十勝之地) 명당자리 찾은 것도 오늘이요!
비산비야(非山非野) 피난지점 주인된 날 오늘이니!
추수감사 추모행사 선영 찾아 기도하소!
하늘 같은 가장만나 진심지성 하는 가정
이웃이 먼저 알고 상호부조 도와주니
콩 심은데 팥이 열며 외 심은데 호박 날까
선업공덕 닦은 자리 좋은 결실 거두라라
시부모께 효순하면 효자 자부 만날 거며
조상대대 지은공덕 누누대대 기록되고
형제자매 집안식구 글쓴 종이 아껴주오
글 쓴 종이 아끼시면 문필자녀 얻으리라
남들한테 적선하면 지은대로 받을 테고
내가 받고 남은경사 자손들이 받으리라
영특하신 우리자녀 조석으로 문안인사
적선지가 필유여경 만사형통 하오리라
장하다 우리후손 부모봉양 지극정성
고을어른 알으시어 인재등용 챙기시고
효열자부 열녀들이 가문을 빛내주니
내가지은 인과응보 자손대대 거름되네
자선사업 힘써하면 내 앞길이 열려진다
병든 환자 부축하여 헌신 봉사 하였던가
문전걸식 밥을 주어 음식공덕 쌓았던가
다시 한번 살펴보고 무위음덕 솔선하소
어려운 가정형편 주경야독 돈독하니
나라님이 부르실제 높고낮음 분별말고
힘들고 궂은일들 알뜰살뜰 보살피면
정신일도 하사불성 천지신명 보우한다
물레 돌려 실을 뽑고 잠을 설쳐 베를 짜서
우리부모 겨울이불 호창갈이 시급하다
새록새록 잠든 애기 금을 줄까 옥을 줄까
어이쿠! 날이 새나 새벽잠을 끊여야지
장하제 우리할매 어려운 시국만나
삼남매 맡겨두고 징용에 끌려갈제
부모님 잘 모시고 어린것 잘키우게
떠나시며 하던 말씀 유언될 줄 누가 알리
물레야 물레야 돌아라 빙글빙글 돌아라
청춘에 홀로된 몸 독수공방 친구로다
한평생 돌린 물레 이렇게 짱짱한데
허리 굽고 뼈만 남아 종합병원 되었구나
아하! 이제 그만 읽자 돌아 갈제
교통체증 쌔기 쌔기 서둘러라
“할부지 건강 살피시고 내년에 꼭 오셔서
나머지 부분 읽어주셔야 합니다?”
그래 오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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