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5-08-25
찌는 듯한 여름도 처서(處暑)를 막바지로 허리를 조아리고
호박넝쿨 애잔한 삶에 지친 듯 힘없이 늘어진 돌담 아래
달갑지 않은 가을비가 오다 말다 을씨년스럽게 심술을 부리는데
열무김치 수제비는 별미 중에 성찬이다
한 숨 배 국물 들이키시던 아버님
지난 얘기 시작이다
해방되기 몇 년 전 건너 마을
오리정 정 생원이라는 사람이 살았거든
무너진 담벼락 쌓느라고
돌 한층 흙 한층 쌓아 올리다가 그만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아뿔사! 이걸 어쩌나!
돌담 아래서 자갈돌 만지며 놀던
건너 집 외동 어린 것, 돌 더미에 갈려 그만
아무도 넘 한테 발설하면 큰일 낭께 알것제?
그래! 절대로 입 다물고 꿀 먹은 벙어리 될 테니
어디 한번 속 시원히 말해보슈!
그래 내가 당신을 안 믿고 누굴 믿겠나?
지난 봄에 담을 쌓을 적에 말이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건너 집 박 서방 어린 것 무너진 돌담에 깔려서 싸늘한 몸체
엉겁결에 담벼락 밑에 함께 묻어 버렸제!
이 말 듣고 있던 일곱 살 베기 아들!
아버지!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남이 있는데 이런 엄청난 비밀 발설하다니요?
옛기 이놈! 여기 남이 어디 있노?
저기 엄마가 남이 아닙니까?
옛기 이 불효막심한 놈! 제 에미를 남이라니?
여자는 돌아누우면 남이라고 하던데요?
지난 번에도 엄마 아버지 대탕으로 다투던 날
돌아누워 주무시던데
얼마 후 정 생원의 아내 장독대 쌀을 몰래 퍼내어
방물장수한테 은비녀 몰래 산 것 들통이 나서
집안에 도둑을 그냥 둘 수 없다
늘씬하게 얻어맞고 쫓겨 가며 내뱉는 말!
그래! 예이 우라질 놈아!
건너 집 박씨 아들 하나 죽였음 됐지!
나 때려죽여 저 담장 아래 묻으려고?
가정은 풍비박산, 뿔뿔이 흩어지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어두운 방 안에서 양심을 속일 지라도
신의 눈은 번개와 같다 했고
허허공간 단 둘이만 아는 비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당신이 안다해
이를 사지(四知)라고 이르지 않았느냐?
거짓부리 입술에 발린 소리!
돌아서면 드러나고 가슴 깊이 숨겨진 부끄러운 비밀
두고두고 병마되어 힘겨웁게 시달리다
결국은 곪아터져 낭패를 본다
“금수강산 대한민국” 독립은 되었다
하나 반쪽의 독립이다
북녘의 대동강변 김씨 3代 독재통치
염라대왕도 소식이 없고
한강변 고수부지 친일잔재 군부비리
수수방관 어느 하 시절에 청산될까?
백범 김 구 선생 암살배후
장준하 선생 사인규명
세월호 사건, 침례회 유병언 사인규명 등등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풀어야 할 과제요 역사적 사명이다
큰 칼 휘두르며 돌아온 개선장군!
홀연히 마상(馬上)에서 훌쩍 내려와
투구 갑옷 창칼 후련하게 던져버리고
가슴 진심 활짝 열고 국민의 마음
가슴에 품고 전리품(戰利品) 함께 나눠야지
아직도 투구도 갑옷도 벗지 않고
탈박 조롱박 떠난자리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이
시비장단 몸소 처단
결국은 혼자서 쪽박 찰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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