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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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
귀의 가난 손택수
소리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감각이 흐릿해지니 마음이 골똘해져서
나이가 들면서 왜 목청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어머니 음식맛이 왜 짜지는가 했더니 뭔가 흐려지고 있는 거구나
애초엔 소리였겠으나 내게로 오는 사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
되묻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을 한다 너무 일찍 온 귀의 가난으로 내가 조금은 자상해졌다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 문학동네) |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에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농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이 있어요. 곳곳에 농장을 오가면서, 심을 때와 거둘 때를 배웠어요. 그때 만난 선생님 가운데 아직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먹고, 자고, 방귀 뀌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냐며 ‘먹자방’이라고 부르라고 하셨어요. 먹자방 선생님은, 돌쇠처럼 일하다가도 이따금, 실바람에 담배 연기 날리며 아주 진중한 이야기를 하시곤 했어요. 그 모습은 조선시대 선비 같아 보였죠. 그분이 하루는 저에게 물었어요. “수연아, 늙는다는 게 뭔지 아니?” 저는 대답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다 늙죠. 주름이 파이고, 기운도 없어지고······.”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 했어요. 단순히 오래 살았다고 해서 늙은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젊은 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젊은이가 왜 젊은인줄 알아?” “아뇨.” “저를 묻는 이. 스스로에 대해 묻는 사람이라는 거야. 나이를 얼마나 먹었든, 스스로에 대해서 묻는 사람이 젊은이인 거지.” 젊은이에 대해서 듣고 나니 늙은이는 왜 늙은이인지 궁금해졌어요. “그럼, 늙은이는 왜 늙은이예요?” “늘 그런 이. 더 이상 스스로에 대해서 묻지 않고, 늘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늙은이가 된 거지.” 하루 동안 일을 도우면서, 젊은이와 늙은이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자기에 대해서 알아가는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젊은이라는 말이 마음을 탁! 치고 지나갔어요. 우리에게도 눈은 침침하고, 귀는 먹먹한. 그런 날이 올 거예요.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눈과 귀가 가난해지는 날이요. 그러나 시인은 감각이 흐릿해질수록, 마음은 골똘해진다고 했어요. 귀가 가난할수록, 더 잘 들으려 애쓴다고 했어요. 시를 읽다보니, 시인의 골똘한 눈동자와, 자상한 입술이 그려졌어요. 스스로의 가난에 대해 고민하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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