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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16-04-19

아래 작품 세 편은 전교조 합천지부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백일장대회’에서 중등부 산문 으뜸 수상작, 중등부 운문 으뜸 수상작, 고등부 운문 으뜸 수상작으로 뽑힌 글이다.-편집자

내가 널 기억할게

- 박민지 삼가중학교 3학년

 

 

잘 지내니 딸아? 오랜만이구나.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할 때마다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돼. 그래도 용기 내어 펜을 들어볼게.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제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항상 널 그리워하고 있단다. 빛나는 별이 되어 내 일상을 지켜보고 있을 널 생각하니 네가 더욱 그리워지는구나. 그 곳은 어떻니? 너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은데, 식탁 건너편엔 네가 없구나. 너에게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며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나의 옆 이부자리엔 네가 없구나. 차가운 너의 손을 잡고 싶은데, 우린 닿을수가 없구나. 네가 항상 내 옆에 있을 때는 몰랐어. 너와 내가 웃으며 이야기 나누던 것이 왜 그게 기적인 걸 몰랐던 걸까. 네가 이곳에 있었다면 넌 이번에 졸업을 했겠지.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더 큰 세계로 한걸음 나아갔겠지. 졸업장을 받고, 꽃다발을 받으며 새하얀 꽃처럼 웃는 너의 얼굴이 오늘따라 너무 보고 싶다. 너가 나를 떠난 뒤로 나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있는데, 난 아직도 널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일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 나가더라. 이별이 그렇게 쉬운 걸까? 난 네가 없는 내일이 그려지지가 않는데 말야. 어제 나라에서 나에게 위로금을 주더라. 당장 내일 먹을 쌀도 없어서 사야 하는데 차마 그 돈은 쓰지 못하겠어. 손도 대지 못하겠어. 딸아 난 어떻게 해야 하니. 너를 어떻게 잊어야 할까. 주변사람들은 이제 그만 너를 잊고 새 삶을 시작하래. 내가 어떻게 그럴수 있겠니. 어떻게 널 잊을수 있겠니. 딸아 한 번이라도 좋으니, 꿈 속에서라도 좋으니 나를 한번만 찾아와주렴. 너에게 너무 못해준 것 같아 미안하구나. 다른 사람 흔히 입고다니는 그 흔한 패딩 한 벌 못사준 내가 원망스러워. 그래도 너는 패딩 없어도 괜찮다고 낡은 교복을 입고 나가던 착한 딸이었는데 그에 비해 내가 너무 부족한 엄마여서 미안했어. 수학여행 그날 때도 용돈을 조금밖에 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너는 너무 고맙다고 웃으며 나에게 안겼지. 그때 널 따뜻하게 안아줄걸. 좀 더 꼭 안아볼걸. 혼자만 살겠다고 허둥지둥 선체에서 빠져나왔던 그 몹쓸 선장의 죄를 묻는 재판날엔 비가 하염없이 내리더구나. 너희들의 눈물이었던 걸까. 얼마나 서러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너무 화가나고 답답했어. 그러나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내가 너무 초라하더라. 너무 외롭더라. 모두가 잠든 밤에 애타게 널 찾으며 혼자 울었어. 우리 다음 생에는 만나지 말자. 나보다 더 좋은 엄마에게 가렴. 나보다 더 능력있는 엄마에게 가렴. 그래서 아팠던 기억 모두 잊고 행복하게 지내렴. 그 대신 내가 널 기억할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널 잊더라도, 나는 널 끝까지 기억할게.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꽃처럼 어여쁜 너를 내 마음속에 품어둘게. 네가 나에게 와줬던 건 정말 축복이었어. 별처럼 빛나는 네가 내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어. 너무 고생했어. 사랑한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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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 김민정 삼가고등학교 3학년

 

 

한 때는 내게 다가와

아름다운 말들을 속삭여 주던 나비와도

같은 사람이었기에

달콤했던 만큼

왔다 간 그 자리는 참 쓰다

아직도 네가 내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아

허공에 손을 뻗어 만져보려 하지만

너의 흔적은 없었다.

있잖아 혹시

네가 내게로 날아왔을 때

너의 마음은 어땠었니

나비야

잠시나마 네가 내게로 왔을 때

내 마음에는 참 예쁜 꽃이

피어났었다

너는 이미 날아가 없지만

나는 여전히 같은 곳에

머무르고 있으니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다면

한번 더 내게로

날아와 줄 수 있겠지

이 꽃이 다 지기 전에

나비야

 

 

 

차가웠던 2년 전의 봄날에

 

한지연 (삼가중학교 3학년)

 

 

책가방을 메고나간

너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련한데

얼음장 같았던

암흑속에서

마지막 손길로 보듬어주질 못해

미안하구나

마지막 숨을

힘겹게 뱉은 그곳에

잠들게 한 우리가

이 땅을 밟고 있자니

부끄럽구나

차가웠던 2년전의 봄날에

많은 꽃들이 처참히

밟힌 그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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