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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7-29

[독자기고] 제 양파 때문에 폐업이라니요?

 

(가회면 농부 이진홍)

 

나는 아내와 양파, 마늘 농사를 짓고 있으며, 합천군 농산물 가공센터에 양파를 가져가서 양파즙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농민들이 농산물 가공센터에 가서 양파즙을 가공하는 탓에 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건강원 사장님의 민원 소식을 들었다.

건강원의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같은 군민으로서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농산물 가공센터에 대해 건강원 측의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 21조 영업의 종류를 보면 건강원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농산물 가공센터는 식품 제조가공업이라는 차이가 있다.

쉽게 양파즙을 예로 설명하자면, 건강원 사장님은 자기가 만든 양파즙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지만, 농민이 건강원에 양파를 가져다주고 만든 즙을 집에 가지고 와서 직접 판매하면 안 된다. 반면에 유통판매업 자격을 가진 농민이 양파를 농산물 가공센터에 가지고 가서 즙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농민이 소득을 목적으로 즙 등의 가공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팔고자 하면, 농산물 가공센터를 이용해야만 가능하며, 건강원을 통해서는 불법이다. (군에서 소규모 농가의 가공 시설 구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농가 소득에 보탬을 주고자 설립, 운영하는 것이 농산물 가공센터이다.) 결론적으로, 건강원과 농산물가공센터는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업장인 것이다.

 

양파 농가로서 내가 개인적으로 분석한 건강원의 일감 감소의 원인은 2가지 - 양파 생산량 감소와 기후변화이다.

농촌 사회의 초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코로나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양파 농가 자체가 줄어들고 이에따라 생산량도 극심하게 줄었다. 내가 살고 있는 면에서도 양파 재배 농가 수가 2010년경 100여 가구 정도였는데, 2022년 현재 10 가구 이내로 90%이상 감소했다.

거기에다 극심한 봄 가뭄으로 양파 생산량도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니 건강원에서 짤 양파가 줄어든 것이다.

 

오늘 저녁에도 한숨을 쉬고 계실 건강원 사장님께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저출산, 기후 변화가 나와 내 이웃의 하루하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 해결책도 보이지 않음에 오늘 나는 잠을 설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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