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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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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전국작가회의 작가)

 

영화 서울의 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122일 개봉한 지 26일 만에 관객 900만 명 돌파다. 나는 지난달에 합천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두 번 봤다. 합천군민들도 많이 왔다. 영화관에 오신 분 중에는 전두광이 보안사령관을 하다 보니 얼떨결에 합동수사본부장이 되어 많은 고생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위기를 돌파한 탁월한 지도자라고 생각하신 분도 있었다. 대부분 진지한 자세로 조용히 보셨지만 친구분들과 같이 오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면서 계속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대통령 재가를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깡패네!”라고 했으며, 신사협정을 지키지 않는 장면에서는 사기꾼이라고 했다. 육본과 국방부를 유혈점령할 때는 어느 나라 군인이냐?”라고 했고, 전방을 지켜야 할 부대가 서울로 들어올 때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진짜가?”라고 했다.

물론 영화니까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신 분들 중에는 사실확인을 위해 안터넷과 유투버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확인한 건 12·12반란이 나라를 위한 것도 아니요,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두광은 자신과 하나회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과감하게 작전을 전개하는데 대부분 거짓말과 속임수다. 육군참모총장을 총으로 겨누면서 재수사한다고 불법으로 체포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실제로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신군부가 고발도 했지만 반란을 두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군대 내에서 점조직으로 운영된 하나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누가 회원인지 모를 정도였다. 영화에서는 공들여 하나회의 실체를 보여주면서 사익에 충성하는 머리 좋고, 비열한 사조직임을 보여준다. 조폭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하나회의 충성서약, 계엄사령관 체포계획을 설명하는 비밀회동에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건배 구호가 이미 나라를 구하기 위한 애국심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오로지 하나회의 형님, 동생만이 있을 뿐이다. “실패하면 반란이고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신념으로 자신들이 소속된 부대의 직속 상관을 무시하고, 오로지 형님의 지시에 의해 모든 유혈전투에 하나회 장교들이 앞장섰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평소 훈련받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란군의 지휘본부인 30경비단은 수도경비사령부 예하부대였지만 단장은 하나회였다. 육군본부를 유혈 점령한 제2공수여단은 특전사 예하부대였지만 여단장은 하나회였다. 계엄사령관을 불법 연행한 보안사 정보처장과 33헌병경호대도 하나회였다. 휴전선을 지키지 않고 서울로 진격한 전방부대 9사단의 사령관도 하나회였다.

두 번 다시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반란군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합천군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지난 1221, 군청 브리핑룸에서 군의원 한 분이 기자회견을 했다. 합천 출신의 대통령이 자랑스럽다면서 현재 갈 데가 없는 유해가 2년째 자택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인지상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반란과 내란을 일으켜 대통령이 되었다가 사죄도 하지 않고 죽으니까 그의 유해가 갈 길이 없이진 것이다. 합천이 낳은 인물이니 지금이라도 죄없이 죽은 군인들과 518영령에게 참배하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먼저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를 위하는 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태신, 공수혁, 김준엽, 오진호 같은 분들이 있었기에 대통령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 지나서 진짜로 서울에 봄이 왔다. 이제는 합천을 사랑하는 합천군민들의 올바른 노력에 의해 합천에도 봄이 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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