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933-7463

뉴스

작성일 2015-09-22

​-이글은 김한범 학생의 창작으로, 본인의 뜻에 따라 제목이 따로 없습니다. 창작글이라 따로 교정,교열을 보지 않았습니다. - 편집자 주 

그러니까 그건 아마 2년쯤 전이었을 거야. 그래, 우리가 희승이네 집에 놀러 갔던 그날, 그날은 2013년 10월 19일이었어. 그때 쓴 일기가 여기 어디쯤에 있을 텐데……

여기는 도시다. 기관사 없이도 전철이 다니고, 집 앞에는 영화관이 있으며, 또 그 옆에는 예술의 전당이 있는 도시다. 오늘 여기서 보낸 하루는 정말이지 유쾌했다. 특히 ‘광일이 빼내기 작전’이 최고였다. 광일이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나는 희승이인 척 하고 희승이는 희승이 아버지인 척을 해, 어떻게든 광일이를 빼돌려 김해 희승이네 집에서 재워 보려는 바로 그 작전 말이다.

그리고 이 작전은 ‘대실패 작전’이라고도 불린다. 고1짜리 머리 몇에서 나온 얕은 수는 그보다 두 배도 넘게 산 어른께 대번에 들통 났고, 우리는 혼나지나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경을 치지는 않았지만, 광일이는 합천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 같이 희승이네 집에서 자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키득거릴 수 없는 일이 생겨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한 하루였다. 오늘을 잊기는 힘들 것 같다.

2년이 지난 지금, 저때의 우리를 보니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네. 뻔히 보이는 수가 통할 거라며, 통하면 뭐부터 하고 놀까 궁리하던 우리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결국 그 수는 단박에 꿰뚫렸고, 너는 합천으로 돌아가야 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혼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와중에도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오던 일은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고 말이야. 돌이켜 보면, 지금 너와 내가 이렇게 가까워진 것도 저때부터가 아니었나 싶어. 같은 마음으로 킬킬거리고 가슴 졸였던 적은 저때부터가 아니었나 싶어. 같은 마음으로 킬킬거리고 가슴 졸였던 적은 저때가 처음 이였을 거야. 네가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 덕에 우리가 더 가까워 졌다니 참 묘하다. 그날을 같이했던 희승이는 그해 말, 결국 김해로 전학을 갔지. 집에서 먼 여기까지 학교를 다니기가 쉽지 않았을 거야. 갑작스러운 작별에 너와 내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마 우리가 멀리 떨어질 날도 희승이가 떠난 그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야. 갑작스럽긴 마찬가지겠지. 시간은 우리가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 훌쩍 흐르거든. 그래서 내가 지금 연필을 잡은 건지도 몰라.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 매일 보지만, 만나서 밥 한 끼 먹는 일에도 큰 결심이 필요한 날이 오래지 않아 올 테니까. 정말로 우리는 그 날을 막을 수 없어.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에게 더더욱 소중해. 남은 날들을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재밌게 보내자. 이때까지 그래왔듯, 언제라도 다시 보면 즐거울 수 있도록 말이야.

48308527b4c0c2af82fe16651eba96b0_1443407917_32.jpg    덕분에 즐거운 한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