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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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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슈퍼문이 찾아왔다

박혜선

 

 

잘 지내지?

어디 아픈 덴 없니?

 

19481월에 왔다 간 뒤

68년 만에 다시 찾아온 슈퍼문

 

지구 얼굴

좀 더 가까이서 보고 가려고

더 밝게

더 크게

슈퍼문으로 찾아왔다

 

괜찮은 거지?

정말 아픈 데 없는 거지?

 

지구야!

지구야!

지구야?

 

······.

 

(쓰레기통 잠들다 / 청년사)

요즘은 밖에 나갈 때 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제가 패셔니스타라서가 아니라, 오늘 날씨가 어떨지 알 수가 없어서예요. “아침에는 더웠는데, 갑자기 추워지네.” “오늘 비 온다고 했던가? 하늘이 왜 이러지?” 이런 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돼요.

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해요. 참깨를 지금 심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종 하우스 문을 열어두어야 할지 닫아야 할지. 그런 고민이요. 봄을 맞은 농부라면 당연히 하게 되는 고민이지만, 더 이상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이라는 게 문제에요.

전에는 농사를 짓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마을 할머니들에게 묻고는 했어요. 농사에 대해서 잘 아는 건 물론이고, 변해가는 기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아주 잘 알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할머니들도, 요즘 날씨에는 도무지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세요. 오히려 젊은 우리가 아는 방법은 없냐며 되물으셔요. 동네에서 가장 오래 농사를 지은, 할머니들도 방법이 없다니, 나를 받쳐주던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어요.

각자가 나름의 방법으로,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 있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고민하게 돼요. 젊은이들은 일찌감치 시설재배나 스마트팜으로 떠났고, 기존 농가는 급격하게 변해가는 기후 탓에 농약 통이 마를 날이 없어요. 농민들이 농약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늘어나는 해충들과,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툭하면 병들어 버리는 작물들, 길어진 장마 탓이에요. 평소와 같은 정도의 농산물을 수확하려면, 약을 더 많이 칠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 식구들이 시골로 이사를 오고 처음 비닐과 약을 안 쓰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어요. 그땐 그 말을 웃어넘기며, 언젠가 땅이 되살아나면 더 이상 미친 짓이 아니게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난 지금. 비닐과 약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건, 그야말로 제대로 미친 짓.’이 됐어요. 땅이 힘을 회복하는 것보다, 기후 위기가 악화되는 것이 더 빨랐거든요. 우리 식구들도 밭에서 한숨을 쉬는 날이 많아졌어요. 이렇게 계속할 수 있을까? 땅을 살려서 더 나은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인데, 우리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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