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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1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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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보고 싶다

아무런 것 하나 주고받은 것 없어도

그냥 만나기만 하면 즐겁고

하잘 것 없는 얘기들도

나누기만 일사천리가 된다

금방이라도 이끼 낀 담벼락 늘어진 호박 넝쿨에

대롱대롱 매달린 애기 호박처럼

탐스럽기만 하던 앳띤 얼굴들

황강물에 첨벙 뛰어 들었다

남몰래 꽁꽁 숨겨놓았던 빨래

멀찌감치 홀로앉아 조물조물

누나 빨래 감이 무언지도 모르고

돌 자갈 주워들고 냉큼 슬쩍 던지면

빨개진 얼굴 붉히는 미소가 저리도 좋은 걸

바우야! 너그들 저리 안갈래?

그래도 내심으로 그리 싫지만은 않나봐

눈썹 아래 구르는 눈동자 언저리가 수정처럼 맑기만 한데

왁자지껄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에 해가 기운다

피라미, 모래무지, 숨바꼭질하며 탐스런 풋고추가

처음 보는 것처럼 은근슬쩍 떠받고는 도망질을 쳐도

, 이놈! 하필이면 여길 왜 놀려

그래도 풋내기 총각이라 아무렴 어때서

빠알간 갑사댕기 물고 세월이 가면

허리춤에 내려온 치렁치렁 땋아 내린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도래질하고

일렁이는 물결 위에 너울 춤추면

빨래감 얼룩 때는 밝아만 간다

혼시짐 앞세우고 고까옷 입고 시집가는 날

빨래터 바라보는 누나 얼굴엔

아쉬운 추억에 이슬이 맺혀

환송 나온 아낙네들 손수건 흔들면서 하시는 말씀

옥동자 하나 얻어 셋이 오이라!

누나 살던 그 집엔 누가 있을까?

풋고추 덜렁 내 놓고 물장구 치면서

돌 자갈 집어던져 누나에게 장난을 걸던

그때 그 동무들 다 어디 갔을까

보고 또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가슴 깊은 얘기 친구와 더불어 나누지 마라!

혹시나 상호간에 정이 성글어지는 날

시비로 번복될까 두려워한다(송시열)

 

마음에 품은 정담 친구와 함께 못 할 것 무엇 있겠나

뜻한 바가 떳떳하고 신실한 말이라면 무슨 시비가 일어나겠는가(허목)

 

寞將心內事說與故人知하라

或恐情疎日飜成大是非 하노라(송우암)

 

有何心內事不與故人知

所言皆忠信이면 奈成大是非리요(허미수)

 

낙엽을 재촉하는 소슬바람 불기 이전에도

태연하던 송백은 그대로였고

시화순풍 반겨 맞아 잔설이 녹아내린 양지바른 송백도

의젓한 그대로 송백처럼

꽁보리밥 도시락 함께 나누던 죽마고우 옛정 못잊어

그 시절 소꿉친구 전화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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